‘난 당신을 원해요’는 세 편의 단편 소설을 담고 있는 책입니다.

첫 번째 이야기 ‘목련’은 말기 암에 걸린 남자가 아르헨티나 바릴로체를 여행하며 만난 ‘파울라’라는 아르헨티나 여자와의 짧은, 하루 동안의 사랑을 다룬 이야기입니다. 남자는 여행 중에 만난 파울라가 너무 좋고 그녀 또한 그런 그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오지만, 자신이 곧 죽을 운명이란걸 아는 남자는 파울라를 받아들이지도 못하고 또 밀어내지도 못하며 갈등하죠. 목련은 짧고 잔잔하며 끝에 진한 여운을 남기는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는 제가 바릴로체를 여행하며 실제로 경험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쓰였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 ‘난 당신을 원해요’는 프랑스 천재 작곡가 에릭 사티와 여류 화가 수잔 발라동 둘 사이에 있던 실화를 바탕으로 2차 창작된 소설이며 이 책의 중심이 되는 소설입니다. 사티는 수잔과의 6개월간 짧은 연애를 끝으로 그녀를 그리워하며 평생을 독신으로 살아갑니다. 사티가 죽고 난 이후, 그의 방에서 수잔에게 쓴 편지 한 뭉치와 그녀와 함께 찍은 사진 한 장이 발견되어 그녀에게 전해지게 됩니다. 하지만 수잔은 편지는 읽지도 않은 채 모두 불태우고, 사진에서 사티의 모습만 오려내는 무섭도록 차가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 이야기는 사티가 수잔을 만나고 그녀와 이별하고 죽음을 앞둔 순간까지 수잔을 그리워하는 그의 지독한 사랑을 묘사한 이야기입니다.

마지막 이야기 달맞이꽃은 에릭 사티가 수잔 발라동을 위해 쓴 곡 ‘난 당신을 원해요’를 매개로 두 남녀 사이에 사랑이 피어나는, 제 경험을 바탕으로 쓴 자전적 소설입니다.

난 당신을 원해요. 2023.5.26

목련 7
난 당신을 원해요 44
달맞이꽃 132
작가의말 158

“당신이 작곡한 다른 곡들도 들려줄 수 있나요?”
“아… 글쎄요… 당신이 제 다른 곡들도 좋아할지 잘
모르겠네요… 보통 사람들은 제 곡을 이해하지도 좋아
하지도 않거든요.” 사티가 망설이며 말했다.
수잔은 잠시 말없이 그를 상냥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아까 당신이 여기 도착했을 때 에드가가 하는 얘기
를 들었어요. 당신이 지나치게 앞서가는 사람이라고 하
더군요. 제가 당신의 음악을 들었을 때도 같은 생각을
했어요. ‘아 이 사람은 정말로 시대를 앞서 달려가고 있
는 사람이구나’ 하고요. 그래요. 당신은 너무 낡은 시대
에, 너무 젊은 영혼을 가지고 이 세상에 왔어요.”
수잔이 사티의 턱수염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이 낡은 시대를 살아가는 오래된 영혼을 가진 이들이 당신의 음악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서 포기하지도,
부끄러워하지도 마세요. 언젠가 그대와 같은 젊은 영혼
을 가진 사람들이 이 세상을 채워 나갈 때, 그때 반드시
그대의 음악이 인정받고 사랑받을 날이 올 거예요"
사티는 그녀의 진심 어린 응원과 격려에 아무 말 하지
못했다.
“당신이 처음에 연주한 곡 Gymnopedie가 첫 번째 악
장이라는 건 두 번째 악장도, 세 번째 악장도 있을 수
있다는 뜻이겠지요?” 수잔이 사티의 손을 부드럽게 잡
아 건반으로 이끌었다.
“들려주세요” 그녀가 나지막이 말했다.

난 당신을 원해요 61p ~ 62p